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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스마트폰 내려놓고 말씀과 함께 걸어요

사순절(四旬節)은 크리스천에게 아주 특별한 절기다. 부활절을 앞둔 사순절은 말씀과 묵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 부활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기간이다. 사순절이라는 명칭은 라틴어 콰드라제시마(Quadragesima)로 숫자 40번째를 의미한다. 한자로 넉 ‘사’(四), 열흘 ‘순’(旬), 마디 ‘절’(節)로 40일을 의미한다. 초대교회에서는 부활절 새벽에 세례가 베풀어졌다. 세례 예비자들이 ‘회개’를 통해 세례를 준비하던 기간이 40일이었다.

 

 

이미 세례를 받은 신자들도 자신들이 받은 세례를 되돌아보고 자신을 갱신하는 일에 힘썼다. 성경에 사순절이라는 말이 직접 나오지는 않는다. 그런데, 왜 수많은 크리스천이 사순절 기간을 지키는 걸까.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기억해 우리의 신앙을 점검하고 성찰하기 위해서다.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 승천하신 후 최초의 교회에서는 부활절 전 하루나 이틀을 금식함으로써 부활주일을 준비하다가 곧 부활절 전 한 주간을 통째로 거룩하게 지키는 관습이 생겨났다. 이후 한 주간이 3주간으로 길어졌고, 325년 니케아 공의회 이후 최종적으로 6주간 40일로 정해졌다.

전통적으로 사순절 주제는 첫째주에 그리스도께서 받으신 유혹을 생각하고, 둘째주는 죄를 물리치라는 명령을 되새긴다. 셋째주는 회개로의 요청을 묵상하고, ‘장미 주일(Rose Sunday)’로 시작하는 넷째주는 치유와 회심을 묵상한다. 주일의 강조점이 죄인의 회개에서 그리스도의 치유 능력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마지막 다섯째 주일은 종려주일로 부활절을 미리 맛보는 주일이다.

지난 2일은 사순절이 시작되는 날인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었다. 이렇게 불린 것은 이날 예배에서 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성도들은 재를 이마에 십자가 표식으로 바르고 죄를 고백하며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임을 기억하라’(창 3:19)는 말씀과 함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했다. 재의 수요일부터 올해 부활절(復活節)인 4월 17일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일간을 ‘사순절(Lent)’이라 부른다.

재의 수요일에는 인간의 죄와 유한성, 인생의 무상함을 분명히 인식하고 기억해 하나님의 용서와 도우심을 구하면서 살아갈 것을 깨우친다. ‘재’는 참회와 회개, 유한성, 정화와 순수, 농경문화에서는 새로운 생명과 성장을 위한 밑거름 등을 의미한다. 특히 재의 예식에는 1년 전 종려 주일에 사용했던 가지를 태워 만드는데, 1년 전부터 이를 준비하면서 우리 자신을 온전히 태우는 헌신을 통해 온전한 제자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를 마지막 유언으로 남긴 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올 부활절 시작인 재의 수요일에 하늘나라로 먼 여행을 떠났다.

기독교에서 ‘40일’은 대표적으로 상징적인 숫자 중 하나다. 사순절은 예수님이 광야에서 시험받으신 40일을 상징하기도 한다. 모세는 40일 금식하며 기도했고, 예수님도 부활 후 40일간 제자들과 함께하셨다. 각 교회에서는 사순절을 맞아 ‘40일 새벽기도회’를 실시한다.


성도들은 사순절 기간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당하신 예수님의 수난에 초점을 맞추고, 예수님을 집중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나의 필요를 구하기보다는 예수님이 가신 희생의 길을 묵상하며 그분께서 가신 사랑의 길을 우리도 따르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최근 사순절에는 ‘미디어 금식’이나 ‘장기기증 캠페인’ ‘북한 돕기 모금’ 등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 세계가 규탄하고 있는 가운데 다가온 이번 사순절은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우크라이나와 평화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절기가 되고 있다.

기독교 스마트쉼문화운동본부(운영위원장 이동현 목사)는 사순절 기간 디지털미디어 금식, 절제와 함께 ‘7000보 걷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매일 1만 보를 걷는 사순절 30만보 걷기 운동이다. 30만보 걷기 운동을 통해 탄소배출 문제를 해소하고 나아가 개인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데 일반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이 운동에 있어 중요한 사항은 ‘매일 7000보를 걷을 때 스마트폰을 내리고 기도의 손을 올린다는 취지’를 기억하고 기도하면서 걷는 것이다. 집이나 회사에서 출발하여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가서 매일 한번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거나 자기 자신을 위해 기도하자는 신앙적인 취지에서 시작됐다.

사순절 동안 주님의 고난과 죽으심을 생각하면서 육신의 금식과 절제를 하는 것이 교회의 전통적인 신앙방식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부터는 사람들은 언택트 예배와 방식에 익숙해져 가면서 스마트폰이나 미디어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미디어는 이제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외부활동이 줄어들게 됨에 따라 집 밖으로 나가 걷거나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리거나 기도하는 시간이 감소하고 있다. 문제는 스마트폰 과의존이다. 스마트폰을 과다하게 사용해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금단과 내성이 생긴다.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장애가 유발되는 중독 상태로 이어진다. 스마트폰 중독은 정신건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밤에 과도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수면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우울, 불안 등의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이와 함께 건강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으로 거북목 증후군, 수면장애 등이 보고되고 있으며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 또한 심각하다.

스마트쉼문화운동본부 상임대표인 양병희목사(영안교회 당회장)는 지난 주일예배에서 “사순절 기간 하루 한 끼 금식 등도 중요하지만 먼저 예수님의 십자가를 생각하며 회개와 기도, 말씀 묵상, 영성 걷기 등의 경건 생활에도 힘써야 한다”면서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때인 만큼 경건한 삶과 이웃 섬김이 함께 이뤄질 때 더욱 뜻깊은 사순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금본수 본부장은 25일 “2020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과의존 위험군이 23.3% 이르고 유·아동(만3~9세)은 전년 대비 4.4%P 증가했고 청소년(만10~19세)은 5.6%P 증가해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금 본부장은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보는 것을 모방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부모가 스마트폰을 오랫동안 사용한다면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어른을 따르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묵상하면서 걷다 보면 평안함이 찾아오고 몸에도 면역력이 향상된다. 육신의 금식과 절식보다 미디어 절제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 사순절의 의미를 깊이 되새길 기회를 제공한다.

스마트쉼문화운동본부는 사순절 걷기운동과 함께 사순절 기간 미디어 절식과 성금요일 전국교회의 미디어 금식을 함께 하자고 요청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백석(장종현 총회장)도 7000교회, 150만 성도들과 함께 사순절 걷기운동과 미디어 금식에 참여하기로 했다. 스마트쉼운동본부 운영위원장 이동현 목사는 “스마트폰 중독은 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이제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과 학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스마트폰 중독 문제의 심각성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성인과 청소년들이 게임·인터넷·스마트폰 중독에 이르지 않도록 사전에 다양한 예방 교육을 적극 실시하고 치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37376